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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가을엔 책읽는 어린이가 많았으면!(103)
기사입력 2016-11-07 오후 3:47:00 | 최종수정 2016-11-07 15:47   



신현거 논설위원

내가 살고 있는 ‘청학동’에도 요즈음 풀벌레 울음소리가 고층아파트 까지 넘나든다.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알려주는 깃발이기에 미물의 소리이지만 여간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.

학교에는 여름내 수많은 잠자리와 매미 울음소리가 아이들 떠나간 자리를 메웠고, 이따금 동네 꼬마들이 나무그늘 곳곳에 소꼽 살림을 차려 귀여운 삽화를 보는 듯하다.

8월 중순, 방학전보다 더 고운 모습으로 나타난 손녀딸 아이는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 그간 3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. 나는 그 순간, 조선시대였던가 임금님이 신하에게 베푼 사하독서「賜下讀書」란 일을 떠 올렸다. 훌륭한 임금님의 마음엔 분명히 신하를 위함 못지않게 백성을 사랑했을 것으로 사료되어 잠시 내가 가르칠 때 반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려 보지 않을 수 없었다.

오래 전부터 인성교육을 강조하고, 고운마음 심기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었던 당시에 이에 따른 성과는 극히 미미했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? 오늘날 갖가지 청소년 문제가 곳곳에서 분출하여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심히 유감스러울 뿐이다.

그 언젠가부터 선생님을 존경의 대상으로 우러르기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극소수 교사에게 드러난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마치 전교사가 그런양 일괄 매도하는 사회풍토는 하루 빨리 소멸되어야 진정한 교육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.

선생님을 불신하는 풍조에서 인성교육은 물론 고운마음을 누가 어디에 심을 수 있겠는가 외치고 싶다. 해마다 학년 초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TV나 신문에서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하는 촌지문제를 대서특필하여 새학기 출발선에 선 선생님들의 마음가짐을 뒤흔들어 놓는 세태가 반복되고 있다.

이런 상황 하에서 교육자 본연의 자세로 사도의 길을 올바로 걸을 수 있을까.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.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옛말이 아직도 살아있는 이 세상에.

무더운 여름, 전국 방방곡곡의 많은 선생님들은 영어. 수학, 과학, 컴퓨터연수 등 자질 향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몹시 궁금할 것이다. 이런 일을 선생님만 위해서라고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인지… !

공자는 「동종인근설」에서 스승과 제자사이를 일만 건으로 최고 높은 인연의 단계에 올려놓았다. 도둑이나 강도도 훔쳐갈 수 없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,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인 것이다.

경제 대국이 된 일본에서는 오래전 높은 지위에 있던 분이 빗나간 아들의 품행을 바로 잡기 위하여 담임선생님을 댁으로 초대한다. 최상의 예우로 선생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망나니 아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후 담임선생님의 가르침에 잘 따라 먼 훗날 자기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은 온 세상에 회자된 이야기이다.

여기에서 시사 하는 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. 일본 국민 거의가 정직하고 근면 검소하며 차례 지키기를 생활화 시킨 것은 가정교육 못지않게 교사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.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이 여름,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배웠을까. 곧, 가정에서 학교로 돌아 올 시간이 되었다. 이 가을, 어느 선생님처럼 밤잠을 줄여 책 읽은 어린이가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.

어저께만 해도 무더운 여름이었건만 어느새 시원함을 넘어 차거운 느낌이 드는 듯 가을의 중턱에 와 있다. 시청각에만 예민한 이 시대에 책 한권이라도 옆에 끼고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. 시간 나면 청량산을 오르내리면서 청학도서관 옆을 지나곤 할 때마다 도서관에 눈길을 던진다. 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이 아쉽다.

 
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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